[초단편] 미니 키오스크
2024.10.01 01:01
오케스트라 연습을 마친 지호가 바이올린 가방을 둘러매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꼬륵!’
배가 고파진 지호가 지팡이를 더듬으며 길을 찾던 중, 익숙한 냄새를 따라 단골 맛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종종 먹던 그 집 메뉴를 떠올리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뭔가 달라진 게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작은 기계들, 바로 ‘미니 키오스크’였다.
‘아! 이런, 여기도 바뀐거야?’
지호는 잠시 당황했다. 주문을 하려면 이 기계를 써야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버튼도 없는 이것은 시각장애인 지호에게는 그저 골칫거리 물건일 뿐이었다.
어떻게 하나 하며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지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상대방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달콤하고 친절했다.
“아! 네, 고맙습니다.”
“저, 전에 연주하시는 거 뵌 적 있어요.”
여자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주도 정말 좋았는데, 얼굴도 멋지세요.”
지호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그는 여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마쳤다.
식사가 나왔고, 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 이야기, 음악 이야기, 그리고... 대화를 하는 내내 지호는 속으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매우 익숙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여자가 말을 꺼냈다.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커피 어떠세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서요.”
지호는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제안을 거절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가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는 제가 쏠게요!”
지호는 갑작스럽게 손을 잡힌 채로 끌려가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슬며시 손을 빼며 거절하려 했지만, 여자는 한술 더 떠 그의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간지르기 시작했다.
지호는 깜짝 놀라며 몸을 비틀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이 장난스러움에 그만 멈춰 섰다.
“깔깔깔!”
그제야 지호는 그 익숙한 손길과 장난기를 알아차렸다.
“야이, 모미진?”
“정답! 나야! 서프라이즈~”
그녀는 바로 지호의 여자친구 미진이었다. 몰래 연습이 끝나는 시간을 맞춰 그를 따라왔던 것이다.
“오빠 펜이라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됐거등!”
미진의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섞여 맑게 퍼지고, 두 사람의 발걸음이 가볍게 거리를 수놓았다.
지호는 미진과 걸으며 문득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식당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꼬륵!’
배가 고파진 지호가 지팡이를 더듬으며 길을 찾던 중, 익숙한 냄새를 따라 단골 맛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종종 먹던 그 집 메뉴를 떠올리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뭔가 달라진 게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작은 기계들, 바로 ‘미니 키오스크’였다.
‘아! 이런, 여기도 바뀐거야?’
지호는 잠시 당황했다. 주문을 하려면 이 기계를 써야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버튼도 없는 이것은 시각장애인 지호에게는 그저 골칫거리 물건일 뿐이었다.
어떻게 하나 하며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지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상대방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달콤하고 친절했다.
“아! 네, 고맙습니다.”
“저, 전에 연주하시는 거 뵌 적 있어요.”
여자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주도 정말 좋았는데, 얼굴도 멋지세요.”
지호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그는 여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마쳤다.
식사가 나왔고, 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 이야기, 음악 이야기, 그리고... 대화를 하는 내내 지호는 속으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매우 익숙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여자가 말을 꺼냈다.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커피 어떠세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서요.”
지호는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제안을 거절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가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는 제가 쏠게요!”
지호는 갑작스럽게 손을 잡힌 채로 끌려가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슬며시 손을 빼며 거절하려 했지만, 여자는 한술 더 떠 그의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간지르기 시작했다.
지호는 깜짝 놀라며 몸을 비틀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이 장난스러움에 그만 멈춰 섰다.
“깔깔깔!”
그제야 지호는 그 익숙한 손길과 장난기를 알아차렸다.
“야이, 모미진?”
“정답! 나야! 서프라이즈~”
그녀는 바로 지호의 여자친구 미진이었다. 몰래 연습이 끝나는 시간을 맞춰 그를 따라왔던 것이다.
“오빠 펜이라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됐거등!”
미진의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섞여 맑게 퍼지고, 두 사람의 발걸음이 가볍게 거리를 수놓았다.
지호는 미진과 걸으며 문득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식당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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