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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Y

시각장애인의 천적

2026.07.29 09:45

a11y Views:154

해마다 여름만 되면, 지팡이로 길을 읽으며 걷는 시각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것’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매일.

물론 거센 바람, 쏟아지는 장맛비도 위험하다. 하지만 날씨가 험하면 비시각장애인도 같이 조심한다. 운전자도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도 주변을 더 살핀다. 즉, 위험이 “눈에 보이는” 날에는 모두가 경계 모드로 들어간다.

문제는 따로 있다.
세상 맑고 화창한 날에도 나타나고, 다른 사람들 눈엔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시각장애인에게만 치명적인 위협.

바람도 없고, 비도 없고, 하늘은 파랗다.
그런데도 갑자기 옆에서 킥보드가 스치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어? 차가 이렇게 가까웠나?” 싶은 순간이 생긴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에게 길은 ‘눈’이 아니라 ‘소리’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발자국 소리, 차가 멀어지는지 다가오는지, 빈 공간의 울림, 사람들의 움직임… 그런 작은 단서들로 지도를 그리며 걷는다. 그런데 그 ‘소리’ 자체가 망가지는 순간, 방어 수단이 통째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 무시무시한 존재는 무엇인가.

바로…

매미다.

사방팔방에서 쉬지 않고 쏟아내는 울음소리.
청각에 의존해 보행하는 시각장애인에게 매미는 거의 천적이다. 주변 소리의 방향과 거리, 공간의 울림 같은 정밀한 정보들이 매미 소리에 몽땅 덮여버린다. 길을 걷는데 눈앞에서 수백 개의 플래시가 난무하는 것처럼 정신이 흐트러진다.

“맴맴맴맴맴!”

나무 아래를 지나갈 수밖에 없는 날이면, 몸은 더 조심스럽게 굳고 발걸음은 더 느려진다.
멀쩡하던 길이 갑자기 위험구역으로 바뀐다.
그렇게 긴장한 채 한참을 버티다 보면 결국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한마디.

“이런 씨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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