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
‘컴퓨터 이용 설계(Computer-Aided Design)’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제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는 더 이상 낯선 기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영역, 특히 3차원 CAD 디자인은 어떨까요?
JPG나 PNG 같은 2차원 그림을 다루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과연 시각장애인이 3차원 모델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필자는 ‘센스리더 어센드’ 제품을 개발하며 촉각 점자 연동 기능을 추가한 것을 계기로,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품어왔던 3D 프로그래밍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블렌더(Blender)나 유니티(Unity) 같은 전문 도구는 접근조차 어려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죠.
렌더링, 카메라, 조명 등 3D의 기초를 코드로 익혀가던 중, 저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눈으로 보며 만들어야 하는’ 모델링의 한계였습니다.
그러던 중, AI의 도움을 받아 검색하다 ‘OpenSCAD’라는 획기적인 해답을 발견했습니다. OpenSCAD는 시각적인 인터페이스 대신, 텍스트 코드를 입력하여 3D 모델을 만드는 놀라운 도구입니다. 마치 글을 쓰듯 명령어를 입력하면, 상상 속의 형태가 3차원 공간에 구현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이렇게 코드를 입력하면 됩니다.
cube(10);
//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인 정육면체를 만듭니다.
sphere(r=10);
// 반지름이 10인 동그란 공 형태를 만듭니다.
이렇게 코드로 완성된 모델은 STL, OBJ, 3MF 등 표준 3D 파일 형식으로 자유롭게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 파일은 다른 3D 프로그램의 소스로 활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3D 프린터로 출력하여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현실의 물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가능성이 더해졌습니다. 이제는 복잡한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아도, AI에게 원하는 모델을 설명하는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OpenSCAD 코드를 순식간에 생성해 준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시각장애인도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상상 속 입체 모형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코드로 검토하고, 손으로 만져보며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창작자’의 길이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하트 모양 보석상자를 디자인하고, 뚜껑에 멋진 문구를 새겨 3D 프린터로 출력해 선물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상자 안의 내용물보다, 당신의 상상력과 마음이 오롯이 담긴 그 자체가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시각장애인이 OpenSCAD와 AI 프롬프팅을 활용하여 3D 모델링을 시작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다가올 피지컬 AI 시대에 우리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실물로 당당하게 표현하는 세상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작성하였습니다.
저 또한 중증 시각장애인으로서, 모든 설명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줄이고 실제 OpenSCAD 코드와 AI의 해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OpenSCAD를 이용해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 예술가도 있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 제 손으로 직접 집 한 채를 설계하고, 그 안에서 신나게 치킨 한 마리를 뜯을 그날을 꿈꾸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프로그램 설치 안내
OpenSCAD 프로그램은 아래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능을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 안정 버전(Official Releases)보다는 개발 버전인 ‘Nightly Builds’를 설치하시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 다운로드 링크: https://openscad.org/download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