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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Y

거대한 눈치게임

2026.03.13 15:14

a11y Views:1182

AI의 문장 생성 메커니즘은 스마트폰 자동 완성 기능의 초고도화 버전과 같습니다. 거대한 눈치게임의 연속이죠. 방대한 학습 데이터 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함께 사용된 단어들, 즉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싸한 조합을 찾아 문장을 뱉어내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이 ‘확률’이라는 녀석입니다.

그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시각장애인’에 관한 자료는 과연 몇 방울이나 될까요? 설령 존재한다 한들, 그 몇 방울의 데이터로 AI에게 얼마나 ‘나이스’한 답변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를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느끼는 첫 감정은 ‘식상함’입니다. 프롬프트에 ‘시각장애인’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어김없이 AI의 클리셰 파티가 성대하게 열리거든요.

“그는 비록 세상을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더 깊은 진실을 봅니다.”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그의 영혼은…”
“보이지 않기에, 그는 세상의 소리를 누구보다 섬세하게 들을 수 있었죠.”
“손끝으로 세상을 읽는 그에게 세상은 한 권의 거대한 점자책과도 같았습니다.”

이미 비장애인에게 직접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문장들이, 최첨단 기술의 총아라 불리는 AI에게서 쉼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마치 30년 전 감성 동화책을 통째로 삼킨 듯 말입니다.

감성적인 묘사를 넘어 전문 지식 분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처참합니다. 적어도 저는, 시각장애 관련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해 AI를 제대로 활용해 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오늘 “개발자의 역할이 생성에서 검증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읽다 문득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과연 시각장애인 관련 개발에서 제가 ‘검증’으로 넘어갈 ‘확률’은 어떻게 될까요?

맹인 개발자가 AI로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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