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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Y

[초단편] 이어폰

2024.09.10 11:57

마다 Views:294

이어폰에서 끊임없이 경고음이 울렸다. 소리가 뇌리를 찔렀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머리에선 아직도 따뜻한 피가 흘러내렸고, 그 철썩거리는 감촉과 피냄새가 공기를 물들였다. 날카롭게 찢긴 자신의 신경들이 어떤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한 마디의 음성이 반복되고 있었다.

"위험. 주변에 여러 존재 감지. 늑대들입니다. 5시 방향, 20미터 접근 중."

늑대. 짐승의 본능은 피냄새를 찾아냈다. 그는 숨을 삼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소리와 음성뿐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것마저 한계가 느껴졌다.

"늑대가 더 가까워졌습니다. 10미터. 주의하십시오."

그의 손에 쥐어진 막대기는 싸움에 쓰기에는 너무 약해 보였다. 늑대들이 내는 발톱 소리와 목에서 끓어오르는 낮은 으르렁거림이 주위에서 점점 뚜렷해졌다. 심장은 그의 가슴을 찢어낼 듯 요동쳤고, 그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3미터.”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 자신에게 남은 힘을 끌어모았다.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세우고, 그 작은 막대기를 꽉 움켜쥐며 앞을 향해 휘둘렀다. 막대기 끝이 뭔가 단단한 것에 부딪혔고, 늑대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어폰에서 자동으로 안내가 나왔다.

“구조대가 도착 중입니다. 3분 후 도착 예상.”

하지만 그에게는 3분이 3시간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친 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주위는 여전히 무겁고 끈적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피비린내는 가시지 않았고, 사방에서 짐승들의 잔향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끝난 듯했다.

바로 그때였다. 죽은 줄 알았던 늑대 한 마리가 짧은 숨소리와 함께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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