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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Y

[초단편] 지하실

2024.10.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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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는 학교를 나서며 혼자 걷고 있었다. 그의 지팡이가 아스팔트를 가볍게 두드릴 때마다, 주위의 작은 소리들이 귀에 스며들었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날카로운 발걸음 소리.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수야, 형들이랑 같이 가좌아.”

석태 일당들이었다. 몇 번 마주쳤던 녀석들. 준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들이 다가오며 히죽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수가 많은 듯 했다.

“눈이 안 보이니까 형님도 못 알아보냐? 이건 어때?”

석태가 휘두른 칼이 허공을 가르며, 그의 뒤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준수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목덜미에 칼끝이 느껴졌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오싹했다.

준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세게 땅에 찍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들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뭐야, 저 자식!”

준수는 공중에서 손을 휘둘렀다. 갑자기 여러명의 준수들이 땅에 나타나 일당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가짜 준수들을 바라보며, 어느 방향으로 칼을 휘둘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순간, 가짜 준수들이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C발!”
그들은 무기를 휘두르며 가짜 준수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어이없게도 동네 파출소였다.
가볍게 착지한 준수가 그들이 멀어지며 내는 소리들을 들으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멍청한 것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일당들이 파출소 앞에서 호기롭게 칼을 휘두르고 있을 모습을...

그때,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가 그의 뒤에서 울렸다.
“어얼!”

준수는 깜짝 놀라 지팡이를 다시 땅에 찍고 날아오르려는 순간, 그의 뒤통수에 무언가가 가볍게 툭 하고 닿았다. 고통은 미미했지만, 그 순간의 충격에 준수는 그 자리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아야!”
준수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연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준수의 같은 반 친구였고, 준수처럼 능력자였다. 연아의 능력은 비행과 순간이동. 지금처럼 불쑥 나타나는 건 그녀의 특기였다.

“혼자서 너무 싱겁게 놀지 말라니까.”
연아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뭘, 난 그냥 게들을 안전하게 바래다준 것 뿐이야.”

연아가 비꼬듯 말했다.
“근데 너, 정말로 게들이 거기로 간다고 생각해?”

준수는 그녀의 말에 순간 당황하며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분명 그들의 방향은 파출소를 향하고 있었을 터. 그러나 그의 청각은 그들이 예상보다 훨씬 멀리, 다른 곳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잠깐, 이거...”
준수는 혼란에 빠져 말했다.

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좀 도와줬지. 혼돈마법을 섞어봤거든.”
그녀의 말투는 너무나 가벼웠지만, 그 속에는 장난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준수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지금 게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연아는 즐겁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지하실. 게들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봐.”

준수의 머릿속에 그 광경이 그려졌다. 석태 일당들이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혼란에 빠진 그들이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넌… 너무 위험한 걸 즐기는 것 같아.”
준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연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인정.”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어디, 구경하러 가볼까?”

준수는 망설이다가 손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둘은 공중으로 솟구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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